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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독성 강한 나비에서 진화…경계색과 은폐 동시 노려

» 중남미 열대우림에 사는 400종 가까운 투명 나비는 모두 새들이 먹지 못하는 독성을 띤다. 투명 날개는 이런 독성을 바탕으로 추가로 은폐 기능을 얻기 위해 진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렉스 포포브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마존의 컴컴한 열대우림 숲 바닥에는 느릿느릿 여유롭게 나는 아름다운 나비가 있다. 날씬한 배와 긴 더듬이의 이 나비에서 두드러진 모습은 날개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이 투명하다는 것이다.

왕나비 아과에 속하는 이토미이니(Ithomiini) 족 나비 393종 가운데 80% 이상은 날개가 투명하다. 아마존과 안데스 열대우림에 가장 많지만, 멕시코부터 아르헨티나에 걸쳐 축축한 숲에 사는 이 나비는 왜 투명한 날개를 갖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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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날개가 투명한 이유는 털처럼 생긴 특이한 비늘 덕분인데, 이 비늘이 빛의 반사를 막고 투과하도록 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일뿐 투명한 날개가 진화한 이유는 따로 있을 터이다.

나비가 주요 포식자인 새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전략은 ‘눈에 띄지 않거나 눈에 확 띄거나’ 둘 중 하나다. 주변 환경 속에 녹아들어 포식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전자라면, 먹으면 끔찍한 맛을 선사한다는 기억을 포식자가 학습하게 한 뒤 그런 색깔이나, 소리, 냄새를 강조하는 것이 후자이다.

» 올레리아 속 투명 나비. 알렉세이 야코브레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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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 나비’는 하나같이 ‘맛이 없기’로 유명하다. 나비 성충이 식물에서 섭취한 ‘피올리지딘’이란 알칼로이드가 독성을 낸다. 경계색으로 포식자에게 알릴 조건이다.

    그런데 투명한 날개는 경계색과 거리가 멀다. 많은 바다 생물이 투명한 몸을 은폐 수단으로 삼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나비는 어떻게 경계와 은폐 전략을 동시에 펴는 걸까. 멜라니 맥쿨루어 프랑스 소르본대 생물학자 등 프랑스 연구진은 페루 열대림에서 채집한 투명 나비를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그 비밀의 일단을 밝혔다.

    » 올레리아 속 투명 나비의 표본. 디디에 데스쿠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투명 나비의 조상은 모두 경계색을 내는 종인데 여기서 어떻게 은폐를 위한 투명 날개가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였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투명 나비가 경계색과 은폐의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타협을 이뤘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투명한 부위가 넓은 나비일수록 새의 눈에 덜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눈에 덜 띄면 독성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투명도가 커지는데도 맛이 없는 특성은 줄지 않았다. 가장 투명한 나비가 가장 독성이 강했다.

    연구자들은 “이 나비의 특정한 맛이 포식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강점이 있다면 경계색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보다 은폐 능력을 강화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

    » 메토나 속 투명 날개 나비의 짝짓기 모습. 지오프 갤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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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컨대 이런 상황이 그렇다. 경험 없는 애송이 포식자가 많다면 눈에 띄는 경계색을 내 보아야 효과가 없을 것이다. 또 얼마나 끔찍한 맛을 내는 벌레인지 아는 포식자라도 다른 먹이가 부족하거나 독을 감당할 만하다면, 독을 무릅쓰고 영양분을 택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포식자의 눈에 덜 띄는 신호는 비록 포식자를 교육하는 데는 덜 효과적일지라도 어떤 상황, 예컨대 포식자가 경계색을 띤 먹이를 죽일 수 있을 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경산출장샵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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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슷한 예를 살무사의 지그재그 무늬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독사의 무늬는 은폐와 경계 모두를 위한 타협책이다. 투명 날개 나비도 날개 가운데는 보이지 않지만 테두리는 오렌지나 검은색으로 눈에 잘 띄어, 그 고약한 맛을 기억하는 포식자라면 충분히 알아차릴 만하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

    McClure M et al. 2019 Why has transparency evolved in aposematic butterflies? Insights from the largest radiation of aposematic butterflies, the Ithomiini. Proc. R. Soc. B 286: 20182769. http://dx.doi.org/10.1098/rspb.2018.276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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